[인터뷰] 윤은지 배우, 도움을 요청할 어른이 없는 사회


영화 잘 봤다. 신인인데 처음부터 좀 어려운 역을 맡은 것 같다.
극중 17세 가출 소녀를 연기했는데, 어땠나?

련희와 연희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정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극중 캐릭터 연령과 실제 나이가 차이가 좀 있는 편이어서 그 나이쯤 여자애의 심리묘사나 행동, 말투 등 연희에게 접근하는 방식에서 많이 고민하고 신경썼습니다.

 

극중 연희는 명랑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우울해 보이던데 캐릭터를 정서가 불안한 쪽으로 잡은 건가?

연희는 가정폭력으로 가출하여 밖으로 나돌게 된 17세 여학생입니다. 연희의 내면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가정에서의 불안, 임신한 가출 청소년을 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대한 경계와 무관심으로 가득차 있지만, 가출한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살아남기 위해 뻔뻔함과 의도적인 밝은 웃음을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희는 뱃속의 아이를 짐스러워 하지만 역으로 아이가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일종의 애정결핍(?) 상태로 보이던데 연희는 련희를 통해서 그런 결핍이 충족이 되는 건가?
연희에게 있어서 련희는 어떤 존재인가?

련희는 새터민으로 사회적 약자이고 그렇기에 차가운 사회의 시선에 부딪힙니다. 그 모습을 보는 연희는 임신한 가출 청소년인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련희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하여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련희가 보여주는 사소한 호의는 연희에게 곧 생존의 의미로 다가오고, 그렇기에 련희에게 더욱 절박히 다가가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련희를 만났을 때 애정결핍을 충족한다기 보다는 생존을 위해 다가가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후에 둘의 관계는 좀 더 변화하지만.

 

극 후반에 배가 부른 장면부터는 얼굴도 부어보이고 피곤해 보이던데, 분장의 힘인가?

분장도 분장이지만.. 아무래도 빨리빨리 찍어야 하다보니 촬영장에 계신 모든분들이 일주일정도 제대로 잠을 못잤습니다. 아마 그 여파인 것 같습니다.

 

연희 다운 연희란 어떤걸까. 어떤 장면이 그녀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장면이 두개가 있다. 하나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공원에서 코피가 터진채 련희를 기다리는 장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희네 집에서 짜장면을 먹는 장면이다.

둘다 련희에게 호감을 사려는 갈곳 없는 소녀의 절박함이 보였는데, 전자에서 어딘지 모르게 서글퍼 보이더라. 이 대책없이 밝기만 한 소녀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후자에서는 억지로 밝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처럼 보였다.

윤은지 씨는 <련희와 연희>에서 어떤 장면이 연희의 진짜모습이라고 생각되는가?

둘 다 연희라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량배들과 싸운 후 코피가 터진 채 련희를 기다리는 모습은 임신한 가출청소년인 연희가 생존하는 방식이고, 짜장면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장면은 연희가 겪어온 일들이 연희에게도 분명 큰 일이지만 그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함에 있어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약해보이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나오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련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 이기 때문에 연희의 캐릭터가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연희가 사랑받고 싶은 욕망, 주목받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보면 17세 소녀라는 존재가 누구에게나 사랑받아 마땅한 예쁜 존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 윤은지씨 성격은 어떤가?

실제 저의 성격은 많이 털털한 편입니다. 좀 많이 덤벙대고, 조금 집요한 면이 있어서 변태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어디였고 그 이유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출산씬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많이 부담되는 장면이었고 출산관련 영상을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이 장면을 잘 해내지 못하면 영화 자체에 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많이 연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희 선배님과 한성식 선배님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향후 계획과 포부 그리고 관객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련희와 연희>는 경험 많으신 선배님들과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정말 부담이 많이 됐었고 한편으론 너무 감사하게도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아서 한층 배우로서 많이 배웠던 작품입니다. 저를 선택해주신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배우로서 더 다양한 역할을 맡아서 연기하고 싶습니다. 현재 영화 <스물>을 연극화한 연극 <스물> 을 준비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는 배우가 되고 싶고, 더욱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관점을 많이 보고 준비했기 때문에 관객분들 께서도 그 관점을 따라오시면 더욱 의미있는 감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글_audrey park 무비스크램블 에디터 (audrey@moviescram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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